크리스마스의 비밀

<크리스마스에 대해 알고 싶은 몇가지 것들1>

■왜 12월 25일인가?

종교인이건 비종교인이건 모두 다 가슴 설레이는 종교축제가 있다. 바로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성탄절(聖誕節)이다. 하지만 매년 오는 크리스마스이긴 해도 그 정확한 유래와 풍습 등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은 것 같다. 하루 놀고 안 놀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 팍팍한 세상에서 하루 정도 낭만에 젖어 볼 수 있게 해주고 게다가 공휴일의 덤까지 안겨주는 이 고마운 축제에 대한 예의로서 기본적인 것은 한번 짚고 넘어가 봄직 하지 않겠는가.


(그림: 한국적인 정서로 재구성된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탄생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토록 전 지구를 들썩이게 만드는 예수님의 탄신일인 기독교의 종교축제가, 기독교 성경에는 그 날짜에 대한 언급이나 기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정한 최고(最古)의 기록이라는 안티오크(기독교 성경에는 안디옥으로 표시)주교인 <데오필로스 기록(175-183)>도 학자들간에는 위작(僞作)이라 평가되고 있다. (성경 또는 성서는 기독교의 경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불교나 유교의 경전도 성경이고 코란도 성서이다. 기독교의 경전으로 쓰고자 할 때는 기독교 성경·성서라든가 Bible이라는 고유명사를 써야 옳다. 본 글에서는 기독교 성경을 간략하게 성경이라 칭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12월 25일은 어디에 그 연유를 둔 것이며, 예수의 진짜 탄생일은 언제란 말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예수의 정확한 탄생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며 최소한 12월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 그런고 하니 성경의 누가2:8~11을 보면, 예수가 탄생하던 날 밤에 목자들이 집 밖에서 양 떼를 지키고 있다가 구세주 탄생의 계시를 들었다는 묘사가 나오는데, 지구의 북반구인 중동의 12월 역시 겨울인지라 추운 날씨에 목자들이 집 밖에서 양 떼를 지킬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이 근방은 12월부터 2월까지의 3개월간 서리가 내리고 눈이 오는 계절이며, 기상학자에 의하면 이 기후는 과거 2천 년간 변화가 없다고 한다.


(그림: 예수와 성모 마리아. 흑인을 예수와 성모로 표현한 점이 독특하다. MAFA作)

성탄절이 로마의 국가 공인을 받은 것은 337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세례를 받은 직후이며, 교회가 공식적으로 예수 성탄 기념일을 12월25일로 정한 것은 354년이다. 이해에 로마의 리베리우스 주교는 12월 25일을 성탄으로 정해 로마 축일표에 기록했다고 전해지는데, 학자들에 의하면 12월 25일은 원래 기독교의 입장에서 이교도의 종교 축제일이었다고 한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성행하던 태양신 숭배 미트라교(Mithraism)가 그리스를 거쳐 로마에까지 침투했는데, 초기교회 성직자들이 경쟁 상대인 태양신 숭배 축제에 신도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같은 날 성탄 축일을 지냈다는 설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의문점 하나! '예수 탄생의 국가 공인과 교회 공인이 왜 4세기에 이르러서야 정해졌는가'하는 문제다. 이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 때문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데, 4세기에는 예수의 신성(神性)을 부정하고 인성(人性)을 강조하는 아리우스파(아리아니즘; Arianism)가 급속히 확산됐는데, 이에 위기감을 느낀 그 당시의 교회 권력자들이 '하느님의 아들 예수'라는 교리를 지키기 위해 성탄의 의미를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史實)이다.

그렇다면 12월 25일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날이 되는 것이란 말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12월 25일 성탄절은 예수님의 생일날은 아니지만 그 분이 이 땅에 오신 것을 축하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즉, 그 분께서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탄생 기념일이라고 생각하면 별 무리 없을 것이다. 개천절인 10월 3일이 우리나라의 정확한 개국일이 아니라 개국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정한 것과 똑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


[그림: 현자들의 방문(S·보세作).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아기 예수를 찾아 간 세사람의 현자 중 최소한 1명 이상이 인도인이었다고 믿고 있다. 이 그림에서도 앞쪽의 페르시아 인을 제외하곤 뒤의 두 사람은 인도의 제사장 계층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이 그림은 힌두교 잡지(Madhuir)에 실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청년 시절 예수의 인도 고행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크리스마스의 어원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크리스마스에 대한 또 한가지 의문점! 왜 성탄절을 Christmas라고 하는 것이며 그것을 또 X-mas라고 하는 것일까? 좀 딱딱하긴 하지만 언어학적인 설명을 간단히 곁들이자면 다음과 같다.

원래 크리스마스(Christ-mas)의 희랍어 표기는 <χρισ-μαs>이다. <χρισ>는 <χριστου(크리스토; 기름부음을 받은자)>라는 단어에서 나온 말인데, 그 뒤에 있는 <μαs>는 가톨릭의 미사를 뜻하는 mass의 뜻으로서 결국 Christmas는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흔히들 크리스마스를 X-mas라고 쓰고 엑스마스라고 읽는데, 이것은 옳은 말이 아니다. 여기서의 X는 영어 알파벳 X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뜻하는 <χριστου>의 첫글자 χ를 대표로 간편하게 내세운 말로써, 쓸때는 χ-mas로 표기하고 읽을 때는 크리스마스라고 해야 옳은 것이다.

크리스마스 또는 χ-mas는 영어권에서 사용되는 말이며, 프랑스에서는 노엘(Noel), 포르투갈에서는 나딸(Natal), 스페인에서는 나비다드(Navidad)로 불리고 있다. 한눈에 봐도 이 단어들의 어원이 출산을 의미하는 영어의 네이틀(natal)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나딸, 나비다스, 노엘이 우리말의 '(아이를) 낳다', '놓다'와 발음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 발음들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힘들게 낳으셨을 것임엔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마스는 예수 탄생 기념일이면서 마리아의 산고(産苦) 기념일이기도 하다.

생일이란 우리가 태어난 날이기도 하지만 이 땅의 어머니들이 고생고생하며 우리를 낳으신 날이다. 마리아 뿐만이 아니라 그 힘겨운 고통을 이겨내고 우리를 낳으신 모든 어머니는 그래서 위대한 법이며,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마스는 또 다른 어버이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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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록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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