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전 상서

2011. 3. 24. 11:03

부모님 전 상서 
(천안함에서 보낸 편지)

                                 장 시 아   


어머니!
입영 전날, 그저 잘 견디고 오라며 방망이로 밀어주신 손국수,
뜨끈한 국물이 그리운 밤
저는 지금 칠흑의 바다깊이 가라앉는 뱃전에 꿇어 앉아
마지막 작별의 편지를 씁니다.

 

바다가 좋아 바다로 떠나간 당신의 아들이
이제는 아주 바다가 되기 위해 
시퍼런 청춘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서운하지 마세요.


싸락눈 내리고 바람 부는 날
부모님의 안부가 궁금해지면 
내 영혼 울렁이는 물결로 뒤척이며
당신을 목 놓아 부르기도 하겠지요.

 

오늘은 바다가 왜 이리 조용한지
죽은 자의 영혼처럼 말 한마디 없습니다.

 

이제 작별할 때가 다가오나 봅니다.  


하지만 제가 드릴 것은 오직
당신께서 빌려주신 조그만 육신 뿐,
더는 돌려드릴 것이 없습니다.

 

어머니.

 

천안함 영웅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Posted by 설록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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